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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부생각

영화 롤러코스터( 하정우 감독, 정경호 주연 ) 지극히 개인적인 리뷰/약간의 스포있음

by 강원피라미 2022. 11.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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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전에 티비에서 롤러코스터 영화를 소개했다.
하정우가 제작을 했다고 했다.
보고 싶었지만, 재미없다는 누군가의 의견을 듣고
그냥 넘겼었다.

그러다 얼마전 유튜브에서 그 유명한 안과의사 장면을 보고
너무 웃겨서
쿠팡플레이(OTT) 에서 찾아보았다.

러닝타임 94분 동안
많이 웃고, 많이 느꼈다.

이게 막 으하하하 이런 웃음이 아니라
피식. 요런 웃음이거나
읭?... 아~ ㅋㅋ 요런 웃음이다.

하정우 감독이
대사 속에 버젓이 숨겨놓은
아이러니들

인간관계 속 갑을관계와
그중 연예인의 고난

죽음에 직면한 인간이
취하는 현실적 행동들이

하정우식 유머로
애매하고도 유쾌하게 그려져 있어서
너무 마음에 든 영화였다.


B급 영화인걸 감안하고 보아야 한다.
재난영화라고 블록버스터로 오해하고 보면
실망할 수 있다.

속 시원하고
주인공이 위기에서 사람들을 구하고
훌륭함의 롤모델이 되는
그런 영화가 아니다.

그냥
평범한 사람들이 평범하게 행동하는
있을 법하지 않지만 있을법 한 그런 영화이다.




1. 정경호의 재발견/ 매력 있는 마준규 캐릭터

슬기로운 의사생활부터 매력 있고 연기 잘하는 배우다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정경호가 원래 이렇게 연기를 잘하는 줄 몰랐다. 영화 롤러코스터에서는 그의 몸무게만큼이나 한 없이 가볍고 생각이 투명한 주인공 마준규를 너무 잘 살렸다. 겉모습은 쎄 보이는데 속은 여리고, 진실하나 없는 바람둥이 같지만 의외로 거짓말은 안 하는 ( 사실 이 부분은 헷갈린다) 캐릭터 마준규. 싸가지없어 보였다가도 안돼 보였다가 하게 만드는데 정경호는 아주 적격이었다.

고작 두 시간 비행에 읽을 잡지와 여러 가지 세팅을 잔뜩 해두는 예민한 성격의 마준규라서 영화 후반 휘몰아치는 감정의 소용돌이가 더 극적으로 잘 표현되었다. 죄는 많지만 여린 인간이라 카메라를 바라보며 고해성사하던 장면은 오글거리면서도 웃기기도 하면서도 공감도 갔다.

시종일관 욕을 해대며 캐릭터에서 못 빠져나와 그렇다고 변명하던 마준규. 매니저의 시원한 욕을 들으니 그 말이 사실이었어 ㅋㅋㅋㅋㅋ. 입체적인 캐릭터 마준규 다른 작품에서 또 나왔음 좋겠고, 더 늦기 전에, 더 늙기 전에 정경호가 좀 더 많은 작품에서 활동해 주면 좋겠다.




2. 하정우식 유머

이 영화는 하정우가 류승범의 일화를 듣고 직접 시나리오를 쓰고 연출을 맡았다고 한다.
다들 이 영화에는 하정우식 연기와 농담이 잘 들어있다고 한다. 그러나 나는 하정우식 연기와 농담은 잘 모른다. 하지만 이영화의 유머 코드는 나한테 통했다.
기장실에 들어와 남의 전자담배를 뺏어 무는 여 스튜어디스가 냄새 좋다며 전담의 향을 묻자, 부기장이 밤꽃 향이란다. 그러고 바로 남편과 사이 안 좋다며?라는 부기장의 대사. 나만 이거 19금으로 들려? ㅋㅋ 하정우식 농담은 농담을 얇은 습자지에 한번 싸서 내버려 둔 마냥 그 속 뜻을 내 맘대로 유추해서 웃거나 아니면 그냥 지나치게 만들어져 있는 거 같다.
딸이 너무 팬이라며 딸을 계속 강조하면서 싸인지에 차복순 널 갖고 싶어라고 써달라는 아주머니.. 누가 봐도 딸 이름 아닌데? ㅋㅋ
육두문자맨을 꼭 나중에 (불법)다운받아 보겠다던 백만장자 회장님. ㅋㅋ
이런 식으로 그냥 지나치면 그냥 하나의 대사지만, 생각해보면 한 번씩 꼬아놓은 수많은 대사들.
그런 대사들과 행동들의 조합으로 영화는 처음부터 끝까지 구성되어 있다. 이게 정말 호불호가 갈리는 지점인 듯하다. 나는 호! 호였다.
영화는 또 사소한 디테일이 살아있다. 비행기 마지막 착륙 시도에 안과의사가 기절한 아주머니 머리를 같이 숙여 준다던지, 미나미토상(고성희)이 준비실에서 자연스럽게 맥주캔을 따 마신다던지 하는 크로즈업 되지 않는 장면들이 그렇다. 스토리를 따라만 흐르던 첫 번째 관람과는 달리 두 번째에는 이런 디테일들을 찾아보는 재미가 있었고, 그것이 또 다른 관전 포인트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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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연예인은 힘들어

연예인 본인이 시나리오를 썼으니, 누구보다 현실감 있게 썼을 거다.
우러러보는 위치에 있는 갑인 거 같으면서도 대중들의 입김에 좌우되는 입장이라 힘들어도 웃어주고 사인해줘야 되는 을 입장임을 잘 보여주었다. 쉬고 싶어도 수없이 말을 시키고, 눈을 마주치고, 오라 가라 하고, 오해하고.. 참 힘들겠다 싶다. 나 혼자 있고 싶으면서도 수많은 사람의 환호를 받는게 좋은 연예인의 아이러니. 이륙하며 정경호가 창밖을 내다보는 장면에 흐르던 음악 시스타의 <나혼자>가 너무 잘 어울렸다. (스님의 시종일관된 나혼자 염불까지 잘 어울려 ㅋㅋ)
아이들의 삿대질과 반말, 별로 해준 것도 없으면서 오라 가라 하는 회장단. 갑 오브 갑질하는 기자. 누구나 다 인간관 계속에서 이중적인 위치에 있음을 다시 한번 생각해본다. 다음에 가까이서 연예인을 만나면 반가워는 하되, 프라이빗 공간을 침해하지 말아야겠다.


4. 죽음 앞에서 본 평범한 인간

예민한 성격인데 아랫도리도 흠뻑 젖고, 아픔에 취약한데 여자 구둣발에 밟혀 발가락엔 피가 난다. 하필 마음도 약한 편인데 욕하는 캐릭터를 맡아 욕도 많이 하고, 바람둥이 기질 때문에 지은 죄도 많다. 그런 상태에서 몇 번 반복되는 착륙 시도에 마준규의 멘털은 너덜너덜 해진다. 진정하기 위해 얼굴에 뿌린 미스트까지 더해져 마준규 마음속의 공포가 더욱 잘 드러난다. 다른 재난 영화와 달리, 코미디 영화라는 포맷 때문에 우리는 주인공들과 위기를 함께하지 않는다. 대신 공포를 느끼는 주인공을 구경하게 된다. 그런 의미에서 마준규는 극적인 장치가 잘 되어있는 인물이다. 스님의 목탁소리와 정신없는 주를 향한 기도문이 한데 어우러져 난장판이 따로 없다. 그러다 마준규가 진정한 참회로 들어가는 지점. 그의 진실된 목소리가 우리가 마준규라는 인간에게 바라던 게 아니었을까. 아니 우리가 우리에게 서로에게 바라는 게 아니었을까.  득도 없이는 다가갈 수 내면의 가장 바람직한 순간에 다가가려면 기도밖에는 할 것이 없는 죽음의 문턱 정도는 필요한 것인가. 위기에서 벗어나고 마무리된 시점에 마준규가 미나미토상을 찾는 그 순간마저도 어쩜 그는 우리 같을까. 화장실 갈 때와 나올 때가 다른 것처럼, 그는 그리고 우리는 보란 듯이 자기 자리를 오뚝이 마냥 기가 막히게 찾아간다. 너무나도 평범한 나라는 인간을 대리로 본 기분이 든다.(남얘긴것 같아? 니 얘기야 ㅋㅋ 하면서)



5. 보통 인간들

영화에는 딱히 악인은 없지만 서로가 서로를 힘들게 하고
딱히 영웅은 없지만 모두가 조금씩 잘 해낸다. 딱 우리들이다. 그래서 이 영화가 더 마음에 든다.



결론

나는 영화를 꽤 재미있게 봤고
여운도 남았으며
몇 번 더 볼 의향도 있고
소중한 장면 몇 개는 돌려보고 싶고
유튜브 쇼츠로 좀 더 많이 제작되었으면 좋겠다.

하정우가 한 번 더 요런 영화를 만들었으면 좋겠고
정경호는 연기력이 아주 돋보이는 영화를 좀 더 찍었으면 좋겠다.

이상 강원도 사는 아줌니의 리뷰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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